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2조 원 넘게 팔아 치우고 코스피는 하루 만에 4%에 가까운 급락을 기록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 미국 시장에서는 낙폭이 컸던 기술주에 저가 매수가 들어오고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식을 약 6조 원어치 사들였다.
똑같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누군가는 ‘탈출’을, 또 다른 누군가는 ‘매수’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2조 넘게 던진 날, 코스피는 왜 4% 가까이 밀렸나
서울신문 「’4년 만 최대 순매도’ 외국인 2.3조 매도 폭탄에 코스피 3.8% 급락」, 이데일리 「외국인 2.3조 투매에 코스피 3%대 하락…4000선 턱걸이」, 에너지경제신문 「외인 2.3조 팔고, 개인 3.2조 사고…코스피 3.8% 하락한 이유」 등에 따르면 11월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1% 하락한 4011.57에 마감했다.
핵심 숫자만 뽑으면 이렇다.
- 지수 낙폭: -3.81% (체감상 ‘4% 급락’)
- 외국인: 2조 원이 넘는 순매도(약 2.3조원 수준)
- 개인: 3조 원 넘는 순매수로 외국인 물량 대부분을 받아냄
- 지수 위치: 4000선 ‘턱걸이’
배경에는 AI 고평가 논란과 빅테크/반도체 급락, 금리 동결·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 달러 강세·환율 변동에 따른 신흥국 비중 조정이 한꺼번에 겹쳐 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환 헤지 비용과 환차손 리스크, 한국/반도체 비중이 이미 높은 상황, “현금을 더 확보하고 싶다”는 안전선호를 고려하면 팔기 쉬운 한국 대형주부터 줄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시장은 오늘의 공포보다
내일의 현금 비중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는 늘 불안한 신호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그 가격에 기꺼이 사 준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뉴욕증시, 기술주 저가매수에 혼조 마감
뉴욕에서는 같은 날, 조금 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다음·연합뉴스의 「뉴욕증시, 기술주 저가매수에 혼조 마감…나스닥 0.1%↑(종합)」, TJB 대전방송 「뉴욕증시, 기술주 저가매수 유입에 혼조 마감…나스닥 0.1%↑」, 이투데이 「[상보] 뉴욕증시, 경기 경계감 확산·기술주 저가 매수에 혼조…나스닥 0.1%↑」 보도를 종합하면 상황은 이렇다.
- 다우지수: 약 -0.65% 하락
- S&P500: 소폭 하락(보합권 혼조)
- 나스닥: 장 초반 -2% 가까이 밀렸다가 저가매수 유입으로 +0.1~0.13% 소폭 상승 마감
| 지수명 | 당일 흐름 | 특징 |
|---|---|---|
| 나스닥 | 약 +0.1% 상승 | 장중 -2%까지 밀렸다가 저가매수 유입 |
| 다우 | 약 -0.6% 하락 | 경기 둔화·금리 불확실성 부담 |
| S&P500 | 소폭 하락/혼조 | 성장·가치주 모두 눈치보기 장세 |
한국 시장에서 “공포의 매도”가 나오는 동안 미국에서는 “그래도 이 가격이면 사보겠다”는 선별적 저가매수가 기술주 위주로 들어온 셈이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외국인은 한국을 팔고, 미국 기술주는 다시 담는다”는 다소 씁쓸한 풍경이지만 글로벌 자금은 늘 팔기 쉬운 곳에서 먼저 유동성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믿는 자산으로 다시 이동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지금 그 화살표가 한국 ↘ / 미국 빅테크 ↗ 방향으로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 알파벳 6조 원 매수의 무게
이번 흐름에서 가장 상징적인 뉴스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는 소식이다.
아시아경제 「못 알아봐서 후회한다더니…버핏의 버크셔, 구글 6조원어치 샀다」, 조선비즈 「워런 버핏의 버크셔, 구글 알파벳 주식 6조원어치 사들여」, 이데일리 마켓인 「버핏, 실수로 놓쳤던 ‘알파벳’ 드디어 매수…버크셔 10대주로」 보도에 따르면 버크셔는 3분기 말 기준 알파벳 주식 43억3000만 달러(약 6조3000억 원)를 보유한 것으로 공시했다. (버크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0번째로 큰 규모의 종목이 됐다)
애플을 제외하면 기술주 비중이 높지 않았던 포트폴리오에 이 시점에 알파벳이 들어왔다는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월가와 국내 언론이 주목하는 포인트는 세 가지쯤 된다.
- “기술주는 잘 안 산다”던 버핏의 태도 변화
2010년대 내내 “구글을 놓친 것이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라고 말해 왔는데 결국 알파벳을 10대 보유종목으로 끌어올리며 뒤늦게 수정을 건 셈이다. - 알파벳의 사업 구조
검색·유튜브 광고, 클라우드, AI 인프라 등 플랫폼·데이터·현금창출력 모두 갖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평가. - 장기 가치투자의 신호
단기 주가 반등을 노리는 트레이딩이라기보다는 “앞으로 10년 이상 현금을 뽑아낼 기계”로 본 결정에 가깝다.
물론 이 매수가 “당장 내일 기술주 급등”을 약속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버크셔급 장기 자금이 “이 정도 가격의 알파벳이라면 매력적이다”라고 판단했다는 점은 시장 전체에 적지 않은 무게감을 던진다.
외국인 순매도와 한국 증시의 다음 페이지
그렇다면, 외국인은 한국을 팔고, 버핏은 미국 기술주를 사는 지금 한국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할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단기적으로는 코스피 조정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
외국인 매도·환율·금리·AI 거품 논란이 한 번에 해소되지 않는 이상 코스피가 바로 “V자 반등”을 하기는 어렵다. - 그러나 모든 하락이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은 가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팔기 쉬운 시장부터 줄인다.
한국 대형주·반도체는 그런 의미에서 “현금 만들기”에 적합한 자산이다. - 장기 관점에서는 ‘가격 재조정’ 구간일 수도 있다.
미국 기술주처럼 과도하게 오른 자산이 일단 한 번 꺾이고 일정 구간에서 저가 매수가 들어오는 과정이 반복된다.
코스피에서도 실적·배당·현금흐름이 뚜렷한 기업들 위주로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 - 버핏의 알파벳 매수는 ‘기술주 전체 매수’가 아니라 ‘선별 매수’다.
모든 성장주·AI주를 다 사들이는 게 아니라 재무 구조와 현금창출력이 검증된 소수의 플랫폼만 고른 것이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섹터”가 아니라 개별 기업의 질을 보라는 힌트를 준다.
숫자는 흔들려도, 나만의 기준은 흔들리지 않게
지금 시장을 한쪽 눈으로만 보면 “외국인 2조 매도 → 한국은 끝났다”라거나 “버핏 6조 매수 → 기술주 올인해야 한다”라는 식의 극단적인 결론으로 흐르기 쉽다.
하지만 양쪽을 함께 보면 글로벌 자금은 위험·환율·밸류에이션을 고려해 국가·섹터·종목을 바꾸는 과정에 있고, 그 속에서 코스피와 미국 기술주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조정과 재평가를 받고 있을 뿐이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이 하락이 내 투자 원칙으로 감당 가능한 범위인지 그리고 어떤 가격·어떤 기업이라면 나 역시 “이제는 사도 되겠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미리 정해 두는 일이다.
숫자는 매일 바뀌지만 그 숫자를 해석하는 나만의 기준을 세워 두면 외국인의 매도와 버핏의 매수가 동시에 등장하는 날에도 조금 더 차분하게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